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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숨겨진 이야기, 않은 세계, 긴장감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조용한 얼굴 뒤에 숨겨진 이야기그녀는 누구보다 조용하고 성실해 보였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시장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장을 보고, 가족을 위해 묵묵히 하루를 채운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 속에 미묘한 균열이 존재한다. 일상의 틈 사이로 조금씩 드러나는 이상한 습관들, 예민한 반응, 누군가를 피하는 듯한 눈빛. 처음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녀 스스로도 그 이중성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감독 안국진은 이 평범한 여성을 카메라에 담으며, 일상이라는 껍데기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복잡한 본성을 들춰낸다. 카메라는 과장 없이 따라가지만, 그 무심한 렌즈 속에서 보는 이는 점점 더 많은 불편함을 느낀다. 비밀은 거창하지 않지만, 그 감정의 밀도는 묵직하다. 무엇보.. 2025. 5. 30.
돌연변이 시작했다, 아이러니, 사회의 형태 돌연변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조용하고 평범했던 청년은 어느 날 돌연변이가 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바닷물 속에서 생긴 기형적인 변화는 그의 외모를 완전히 바꿔놓고, 그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진다.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보다 앞선 건 호기심과 관심이었다. 언론은 그를 집중 조명하고, 사람들은 그의 모든 움직임을 따라다닌다. 그는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된다. 하지만 그 유명세는 따뜻함과 응원이 아닌, 기이함에 대한 소비로 채워져 있다. 감독 권오광은 이 설정을 단순한 SF로 풀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관음적 시선과 일상의 왜곡된 감각을 날카롭게 비틀며 보여준다. 갑자기 스타가 된 인물이 느끼는 혼란, 타인의 기대에 억지로 부응해야 하는 무게, 그리고 점점 사라지는.. 2025. 5. 29.
영화 우리들 우정의 시작, 마음의 간격, 남는 잔상들 영화 우리들 여름 햇살 아래 맺어진 우정의 시작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던 여름방학, 아이들의 우정은 그렇게 느슨하고도 조심스럽게 시작된다. 소극적이지만 마음이 깊은 선과 전학 온 지아는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다. 둘 사이에 오가는 말들은 짧고 엉성하지만, 오히려 그 솔직함이 마음을 열게 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아이들에게는 전부다. 감독 윤가은은 이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최대한 낮은 시선에 두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 교실의 칠판 밑, 복도 구석 같은 공간은 그들의 세계를 상징하며,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작은 갈등과 연결이 싹튼다.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기법은 아이들의 얼굴에 감정을 더 또렷하게 새긴다. 선의 머뭇거리는 눈빛, 지아의 망설이는 .. 2025. 5. 28.
내 아내의 모든 것 시작은 거기서, 감정의 민낯, 진심 내 아내의 모든 것 말도 안 되는 계획, 그러나 시작은 거기서처음부터 사랑이 식은 건 아니었다. 그냥 조금 지쳤고, 조금은 도망치고 싶었던 것뿐. 남편의 선택은 황당할 정도로 비겁하다. 다른 남자를 고용해서 자기 아내를 유혹하게 만들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말도 안 되지만, 그만큼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평범해 보였던 결혼 생활은 어느 순간 숨이 막히는 벽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너무 솔직했고, 지나치게 감정에 충실했다. 누군가는 그걸 매력이라 했고, 누군가는 피곤함이라 여겼다. 감독 민규동은 그런 ‘진짜 사람’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웃긴 상황만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묘한 리얼리티를 끼워 넣는다. 그래서 관객은 웃으면서도 묘하게 찔리고, 공감하게 된다. .. 2025. 5. 27.
영화 비스트 어두운 그림자, 밀도감, 만들어낸 비극 영화 비스트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 인간의 본성을 들춰내다밤의 도시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항구 도시, 그곳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은 단순한 범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형사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좇는 두 인물,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매끄럽지 않다. 마치 도로 위를 흐르는 안개처럼 서로의 속내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한쪽은 냉정하고 철두철미하지만 비밀을 품고 있고, 다른 한쪽은 본능에 충실하지만 거짓말에 익숙하지 않다. 감독 이정호는 이 대립 구조를 통해 인간 본성의 이면을 들여다보려 한다. 진실을 위해선 무엇을 감수할 수 있을까. 아니, 진실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들 사이에서는 무의미해진다. 도시의 고요한 어둠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조.. 2025. 5. 26.
말모이 조용한 싸움, 것의 의미, 남겨진 것들 말모이 한글을 지키려는 조용한 싸움1930년대, 말과 글조차 빼앗기던 시대. 누군가는 총을 들고 싸웠고, 또 누군가는 연필 한 자루로 맞섰다. 말과 글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었다. 정체성이었고, 숨결이었다. 한 인쇄소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은 금서로 지정된 사전을 만들겠다는 거대한 꿈으로 이어진다. 이 이야기는 위대한 영웅담보다는 소시민들의 꾸밈없는 노력에 집중한다. 주인공은 글조차 몰랐던 인물이고, 처음엔 사전이 뭔지도 몰랐지만 점점 그 속뜻을 깨닫게 된다. 배우 유해진의 담백한 연기와 유연한 감정선이 영화를 더욱 사람 냄새 나게 만든다. 감독 엄유나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적인 유머와 온기를 잃지 않으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울림을 전한다. 말은 빼앗겨도 마음만은 꺾이지 .. 2025.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