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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시작했다, 아이러니, 사회의 형태

by amange100 2025. 5. 29.

돌연변이
돌연변이

돌연변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평범했던 청년은 어느 날 돌연변이가 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바닷물 속에서 생긴 기형적인 변화는 그의 외모를 완전히 바꿔놓고, 그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진다.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보다 앞선 건 호기심과 관심이었다. 언론은 그를 집중 조명하고, 사람들은 그의 모든 움직임을 따라다닌다. 그는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된다. 하지만 그 유명세는 따뜻함과 응원이 아닌, 기이함에 대한 소비로 채워져 있다. 감독 권오광은 이 설정을 단순한 SF로 풀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관음적 시선과 일상의 왜곡된 감각을 날카롭게 비틀며 보여준다. 갑자기 스타가 된 인물이 느끼는 혼란, 타인의 기대에 억지로 부응해야 하는 무게, 그리고 점점 사라지는 자아. 모든 것이 낯설고 우스워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상한 일은 언제나 이상한 방식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너무 익숙한 일상 속에서 살며시 퍼져나간다.

그는 원래 말이 없고 평범한 청년이었다. 무심하게 흘러가던 삶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긴다. 몸의 일부가 물고기처럼 변하고, 그 모습은 숨기기엔 너무 기괴했다. 가족조차 당황하고, 이웃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회는 그를 혐오하기보다, 새로운 구경거리로 받아들인다. 언론은 ‘인간 물고기’라며 대서특필하고, 기업과 방송은 그를 소비하려 든다. 그의 존재는 어느새 ‘사건’이 되었고, 본인은 그 중심에 내던져진다. 그는 유명해졌지만, 정작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세상이 그를 선택했고, 그는 따라가야만 했다. 그 변화가 일으킨 혼란 속에서 그는 점점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잊어간다.

희극이 되어버린 비극, 그리고 인간이라는 아이러니

영화는 유쾌하게 시작되지만, 갈수록 웃음이 서늘해진다. 사람이 아닌 존재로 취급받는 그 청년은, 자신을 다시 ‘인간’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다. 누군가는 그를 영웅으로 포장하고, 누군가는 상품으로 이용하려 든다. 그의 감정, 아픔, 심지어 과거의 기억까지도 사람들에게는 흥밋거리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은 결코 가볍지 않다. 타인에 대한 이해보다 우선되는 건 이슈의 소비이고, 감정보다 중요한 건 이미지다. 감독은 이를 과장된 장면이나 캐릭터로 표현하기보다, 차분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과도한 설명 없이 화면 안에 남겨진 여백이 관객 스스로 상황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비극은 꼭 눈물 속에서만 피어나는 게 아니라, 웃음으로 포장될 때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결국 이 영화는 이상한 생물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너무나 인간적인 우리 자신의 얼굴을 은유적으로 비춰보게 만드는 거울에 가깝다.

사람들은 웃으며 그를 바라보지만, 그 웃음이 진심은 아니다. 겉으로는 응원과 관심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는 불편한 우월감과 타인에 대한 소비가 깔려 있다. 그는 인간인지, 기이한 볼거리인지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점점 더 많은 인터뷰와 행사, 관심이 쏟아질수록 그는 오히려 더 외로워진다. 말이 아닌 시선으로, 동정 아닌 호기심으로만 다가오는 사람들 틈에서 그는 조금씩 지쳐간다. 비극은 웃음 뒤에 숨어 있었고, 진짜 고통은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는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한 채, 그저 무대 위에 세워진 인형처럼 움직였다. 그 이질적인 상황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는, 우리가 얼마나 잔인하게 타인을 재단하는지 들추어 보여준다.

기형의 존재를 통해 드러나는 사회의 형태

그가 겪는 변화는 단지 외모의 기형이 아니다. 사회가 한 개인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다름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처음엔 동정했고, 이내 열광했고, 곧 피로해졌다. 관심은 빠르게 식고, 남은 건 ‘돌연변이’라는 꼬리표뿐. 그는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며 세상과 멀어진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강한 상징성을 띤다. 누군가의 고통은 쉽게 콘텐츠가 되고, 그 콘텐츠는 또 다른 타인의 관심사로 소모된다. 이 무정한 소비 구조 속에서 진짜 감정은 점점 외면당한다. 한편으로 영화는 그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은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존재임을 말한다. 등장인물 간의 짧은 눈맞춤, 조용한 대화 하나에서도 그 외로움이 드러난다. 연출은 과도하지 않게 감정을 누르고, 음악과 색감을 절제해 현실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그렇게 감독은 '괴물 같은 사회'라는 테마를 진지하면서도 은근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기형이 된 건 결국 그가 아니라, 우리 사회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처음엔 그를 안쓰럽게 바라봤고, 그다음엔 열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시들해졌고, 그는 점점 배제되었다. 그를 둘러싼 사회는 끊임없이 평가하고, 변화를 요구하고, 결국엔 외면한다. 그 모습은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모든 ‘비정상’으로 취급받는 존재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영화는 그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겪는 상황을 통해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낙인을 찍고, 또 얼마나 손쉽게 소비하는지를 조용히 고발한다. 우리는 다름을 받아들이기보다, 규격 안에 들어오길 원한다. 그 안에 들지 못하는 존재는 기이한 것으로 남겨진다. 그 기형은 개인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일그러진 구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