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32

비밀은 없다 조용한 일상, 망설임, 여성의 내면 비밀은 없다 조용한 일상 속 균열이 시작되다고요하던 일상이 균열을 일으키는 건 언제나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부터다. 한 아이의 실종이 그 시작이었다. 아무리 평범해 보이던 삶도 누군가 사라지면 완전히 뒤집힌다. 이 영화는 그런 혼란의 한가운데에 선 부모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스릴러로 분류되긴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자극적인 장면은 거의 없다. 오히려 사람의 내면을 조용히 파고들며 불안과 공포를 만들어낸다. 연출을 맡은 이경미 감독은 《미쓰 홍당무》를 통해 이미 독특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 특유의 시선이 살아 있다. 감정이 극에 달해도 폭발하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는 방식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배경은 선거를 앞둔 도시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정치.. 2025. 5. 31.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숨겨진 이야기, 않은 세계, 긴장감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조용한 얼굴 뒤에 숨겨진 이야기그녀는 누구보다 조용하고 성실해 보였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시장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장을 보고, 가족을 위해 묵묵히 하루를 채운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 속에 미묘한 균열이 존재한다. 일상의 틈 사이로 조금씩 드러나는 이상한 습관들, 예민한 반응, 누군가를 피하는 듯한 눈빛. 처음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녀 스스로도 그 이중성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감독 안국진은 이 평범한 여성을 카메라에 담으며, 일상이라는 껍데기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복잡한 본성을 들춰낸다. 카메라는 과장 없이 따라가지만, 그 무심한 렌즈 속에서 보는 이는 점점 더 많은 불편함을 느낀다. 비밀은 거창하지 않지만, 그 감정의 밀도는 묵직하다. 무엇보.. 2025. 5. 30.
돌연변이 시작했다, 아이러니, 사회의 형태 돌연변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조용하고 평범했던 청년은 어느 날 돌연변이가 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바닷물 속에서 생긴 기형적인 변화는 그의 외모를 완전히 바꿔놓고, 그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진다.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보다 앞선 건 호기심과 관심이었다. 언론은 그를 집중 조명하고, 사람들은 그의 모든 움직임을 따라다닌다. 그는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된다. 하지만 그 유명세는 따뜻함과 응원이 아닌, 기이함에 대한 소비로 채워져 있다. 감독 권오광은 이 설정을 단순한 SF로 풀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관음적 시선과 일상의 왜곡된 감각을 날카롭게 비틀며 보여준다. 갑자기 스타가 된 인물이 느끼는 혼란, 타인의 기대에 억지로 부응해야 하는 무게, 그리고 점점 사라지는.. 2025. 5. 29.
영화 우리들 우정의 시작, 마음의 간격, 남는 잔상들 영화 우리들 여름 햇살 아래 맺어진 우정의 시작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던 여름방학, 아이들의 우정은 그렇게 느슨하고도 조심스럽게 시작된다. 소극적이지만 마음이 깊은 선과 전학 온 지아는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다. 둘 사이에 오가는 말들은 짧고 엉성하지만, 오히려 그 솔직함이 마음을 열게 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아이들에게는 전부다. 감독 윤가은은 이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최대한 낮은 시선에 두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 교실의 칠판 밑, 복도 구석 같은 공간은 그들의 세계를 상징하며,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작은 갈등과 연결이 싹튼다.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기법은 아이들의 얼굴에 감정을 더 또렷하게 새긴다. 선의 머뭇거리는 눈빛, 지아의 망설이는 .. 2025. 5. 28.
내 아내의 모든 것 시작은 거기서, 감정의 민낯, 진심 내 아내의 모든 것 말도 안 되는 계획, 그러나 시작은 거기서처음부터 사랑이 식은 건 아니었다. 그냥 조금 지쳤고, 조금은 도망치고 싶었던 것뿐. 남편의 선택은 황당할 정도로 비겁하다. 다른 남자를 고용해서 자기 아내를 유혹하게 만들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말도 안 되지만, 그만큼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평범해 보였던 결혼 생활은 어느 순간 숨이 막히는 벽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너무 솔직했고, 지나치게 감정에 충실했다. 누군가는 그걸 매력이라 했고, 누군가는 피곤함이라 여겼다. 감독 민규동은 그런 ‘진짜 사람’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웃긴 상황만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묘한 리얼리티를 끼워 넣는다. 그래서 관객은 웃으면서도 묘하게 찔리고, 공감하게 된다. .. 2025. 5. 27.
영화 비스트 어두운 그림자, 밀도감, 만들어낸 비극 영화 비스트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 인간의 본성을 들춰내다밤의 도시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항구 도시, 그곳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은 단순한 범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형사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좇는 두 인물,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매끄럽지 않다. 마치 도로 위를 흐르는 안개처럼 서로의 속내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한쪽은 냉정하고 철두철미하지만 비밀을 품고 있고, 다른 한쪽은 본능에 충실하지만 거짓말에 익숙하지 않다. 감독 이정호는 이 대립 구조를 통해 인간 본성의 이면을 들여다보려 한다. 진실을 위해선 무엇을 감수할 수 있을까. 아니, 진실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들 사이에서는 무의미해진다. 도시의 고요한 어둠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조.. 2025.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