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사람의 향기, 마주한 진심, 머무르지 않는다
자산어보 흑백의 바다에 담긴 사람의 향기눈부시게 푸른 바다가 아닌, 고요하고 단단한 흑백의 바다가 펼쳐진다. 영화는 색을 덜어낸 대신, 인물의 표정과 바람의 결을 더 깊이 새겨넣는다. 유배된 학자 정약전과 섬마을 청년 어부 창대. 이 둘은 신분과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지만, 서로를 통해 삶의 지평을 넓혀간다. 정약전은 책과 학문을 품었지만, 현실을 바꾸지 못한 지식인이었고, 창대는 세상의 이치를 몸으로 익혔지만, 자신의 자리를 넘볼 수 없는 처지였다. 영화는 이들이 함께 어류를 기록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삶의 무게와 의미를 교차시킨다. 이준익 감독은 대사보다 시선에, 설명보다 침묵에 집중한다. 흑백이라는 시각적 선택은 시대적 배경을 재현하기 위한 도구이자, 그 시대에 놓여 있던 인간의 조건과 질문을..
2025.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