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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삶의 시작, 감정의 충돌, 내면의 해답

by amange100 2025. 4. 20.

트리 오브 라이프 관련 사진
트리 오브 라이프

트리 오브 라이프 창조의 스펙트럼과 삶의 시작

인간의 삶이라는 미시적 세계와 우주의 탄생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동시에 끌어안는 독특한 시도를 보여준다. 영화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되, 그 틀 안에 별의 형성과 지구의 탄생, 생명의 진화까지 포괄한다. 이처럼 장엄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인간의 탄생과 성장, 사랑과 상실의 경험이 마치 우주의 일부처럼 흘러간다. 영화의 서사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은 시간 순서가 아닌 기억의 단편처럼 흩어져 있다. 감독 테렌스 멜릭은 연출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보다 체험하게 만든다. 빛이 물결치고,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아이가 처음 세상을 바라보는 장면들은 모두 하나의 감각적 기도문처럼 다가온다. 관객은 이야기의 흐름을 좇기보다는, 그 안에 잠겨 있는 감정의 결을 따라가게 된다. 이 작품은 영화라기보다 하나의 철학적 체험에 가깝다.

우주의 생성이란 관념적 장면들이 이어질 때조차 영화는 생경하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탄생과 이어지는 장면들이 어떤 신성함을 띤다. 그 경이로움 속에서 우리는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 영화는 거대한 서사와 개인적 서사를 나란히 놓으며, 존재의 본질을 다각도로 되묻는다.

창조는 단지 시작이 아니다. 그건 수많은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다. 영화는 우주의 질서 속에 있는 고요함과 인간의 감정 속 격정을 병렬적으로 보여주며, 창조의 순간이 얼마나 내밀한 감정과 닿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성(父性)과 감정의 충돌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놓여 있다. 엄격한 아버지는 삶을 통제하려 하고, 아들은 그 안에서 사랑과 억압을 동시에 느낀다. 이 갈등은 단순한 가족 문제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과 연결된다. 아버지는 강인함을 통해 자식을 보호하려 하지만, 그 사랑은 종종 권위로 포장되어 전달된다. 반면 어머니는 따뜻하고 유연한 존재로 묘사되며, 그녀를 통해 삶의 순수성과 감정의 유동성이 표현된다. 영화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존재들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있는 양면성을 직시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보호받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자유를 갈망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충돌은 결국 자아의 형성과정이며, 그 안에는 용서받지 못한 상처와 말하지 못한 사랑이 켜켜이 쌓여 있다. 영화는 이 미묘한 감정의 층을 언어가 아닌 이미지로 전달함으로써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 펼쳐지는 가족의 모습은 종종 환상처럼 아름답고 때론 불편할 정도로 날것이다. 사랑은 있지만 표현되지 않고, 분노는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한 이중 감정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게 된다.

부성은 강인함이 아니라, 책임과 이해의 시간 누적이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실수와 후회를 통해 ‘진짜 용기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사랑을 드러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존재의 의미와 내면의 해답

『트리 오브 라이프』는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묻는다. 왜 우리는 이곳에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끝난 후에도 의미가 남는가. 이러한 질문은 극 중 잭이 어른이 된 후의 회상과 상상 장면을 통해 더욱 뚜렷해진다. 건조하고 거대한 도심의 건물 사이를 걸으며 그는 과거를 떠올리고, 그 기억 속에 깃든 감정은 다시 현실의 그를 붙잡는다. 삶은 직선이 아니라 나선형이며, 감정은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되살아난다. 영화는 이처럼 감정과 시간, 기억과 존재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엮어내며, 하나의 철학적 시를 완성한다.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이해되지 않는 영화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감정의 성서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개인의 삶과 감수성에 따라 다르게 흘러간다.

존재의 해답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다. 그리고 그 내면은 기억과 감정, 용서와 그리움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는 그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바다를 섬세하게 따라간다.

우리는 질문을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존재의 이유에 다가선다. 이 영화는 그 질문이 곧 삶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속삭인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오히려 더 진실하다는 걸 느꼈다. 이 작품은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지 않지만, 삶의 방향을 생각하게 해준다.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