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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격자 추격의 시작, 목소리들, 인간의 추락

by amange100 2025. 5. 9.

 

영화 추격자
영화 추격자

영화 추격자 한 남자의 본능, 추격의 시작

비가 오는 밤,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전직 형사 엄중호. 그는 이제 포주가 되었지만, 여전히 본능은 경찰의 그것이다. 사라진 여자들, 돌아오지 않는 전화, 이상한 느낌. 그 직감이 그를 다시 어둠 속으로 이끈다. 처음엔 돈 때문이었다. 돈이 되는 여자가 사라졌으니 찾으러 나선 것뿐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퍼즐 조각이 맞춰지면서, 사라진 이들이 모두 같은 남자와 마지막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추격자는 그렇게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홍진 감독은 이 인물의 거칠고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가 추격하는 건 단순히 범인이 아니라, 자신 안에 남아 있는 정의감이기도 하다. 세상이 잊고 있었던 그 본능, 그건 여전히 그의 심장 속에서 뛰고 있었다.

엄중호는 더 이상 경찰이 아니다. 법을 지키는 대신, 법의 테두리 밖에서 돈을 버는 남자다. 하지만, 그의 몸속에는 여전히 형사의 본능이 남아 있다. 처음엔 단순히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디 갔는지 모르는 여자가 늘어가고, 그의 돈줄도 마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이상한 기운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온다. 같은 남자, 같은 패턴. 누군가가 이들을 노리고 있다. 그래서 다시 뛰기 시작한다. 그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리를 누비는 건 돈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형사로서 마지막 본능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추격을 단순히 쫓고 쫓기는 게임이 아니라, 한 남자가 스스로 잊고 있던 본능을 다시 깨워가는 과정으로 그린다. 그렇게 시작된 추격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게 아니라, 그 자신의 정의감을 찾아가는 길이 된다

도시의 어둠 속, 사라지는 목소리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는 차갑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치고, 그 안에서 누군가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여자의 절박한 목소리, 그녀의 마지막 흔적. 그러나 경찰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수사는 더디고, 절차는 복잡하다. 그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 연쇄 살인범의 방식이다. 추격자는 이 도시의 무관심을 잔인하게 드러낸다. 누군가가 울부짖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은 거의 없다. 엄중호가 혼자서 몸부림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시스템은 느리고, 정의는 멀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도시의 어둠 속에서 사람 하나 구하는 일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보여준다. 관객은 그 절박함을 따라가며, 함께 숨이 가빠진다. 그 어둠 속에서 목소리는 사라지고, 오직 쫓는 자와 쫓기는 자만이 남는다.

서울의 좁은 골목, 어두운 방,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들. 이 도시엔 너무 많은 소리가 넘쳐난다. 그래서 누군가의 비명은 너무 쉽게 묻힌다. 경찰은 절차를 따지고, 증거를 찾느라 시간을 흘려보낸다. 하지만 그 틈에도 피해자는 사라져간다. 그 무심한 도시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피해자의 위치를 아는 이는 가해자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눈을 감는다. 절박한 목소리는 벽에 부딪히고, 구조의 손길은 한참을 돌아온다. 엄중호가 몸소 발로 뛰는 이유는, 이 절망적인 도시 속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법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구하려는 본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도시는 냉정하다. 그 안에선 정의감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영화는그렇게 도시의 침묵을 깨트리려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다.

끝내 잡히지 않는 공허, 인간의 추락

범인을 잡는 게 끝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포위된 범인, 그러나 증거는 없다. 체포된 그 남자는 너무도 태연하고, 경찰은 그를 놓칠 위기에 처한다. 추격자는 그 절망의 순간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엄중호는 더 이상 법을 믿지 않는다. 법과 절차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 영화는 범인을 잡는 과정이 아니라, 그 뒤에 남는 공허함을 다룬다. 그 공허는 사람을 무너뜨리고, 끝내는 인간성마저 잃게 만든다. 살인범은 쉽게 웃고, 피해자의 이름은 서서히 잊혀 간다. 결국 이 이야기는 한 남자가 정의를 좇다 끝내 무너지는 이야기다. 그것은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썼지만, 안에는 더 깊은 인간의 추락을 담고 있다. 끝내 잡히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진짜 공포다.

범인은 잡혔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체포된 살인마는 당당하다. 증거가 없으니 곧 풀려날 것이고, 그 사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절차는 그를 막지 못하고, 정의는 증거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엄중호는 무너진다. 그는 끝까지 뛰었지만, 구할 수 없었다. 범인은 웃고, 피해자의 이름은 희미해진다. 이 공허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은 정당하지만, 그 정당함이 모든 걸 지키지는 못한다. 이 이야기는 법과 정의가 맞닿지 못하는 그 틈을 보여준다. 엄중호는 끝내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무너진다. 관객은 그 추락을 함께 경험한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무엇을 지켜야 할지 모호해지는 순간. 그 불편한 감정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남는다. 그리고 그 여운이 추격자를 잊지 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