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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england 폭력과 시대를 가로지르는 소년의 선택

by amange100 2025. 3. 29.

This is england 방황하는 소년의 선택

1980년대 초 영국을 배경으로,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소년 션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겪는 성장기를 그린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션은 우연히 스킨헤드 청소년 그룹과 어울리게 되고, 그들의 따뜻한 관심과 유쾌한 에너지에 이끌려 점차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인다.

처음엔 단순한 소속감과 우정이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리의 분위기는 정치적이고 폭력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특히 과거 전과가 있는 '콤보'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무리는 극우적 성향을 띠게 되고, 션 역시 그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는다. 션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주변의 변화 속에서 정체성과 도덕성의 갈림길에 서게 되며, 유년기와 성인의 경계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당시 영국 사회의 이면을 정제된 시선으로 그려낸다.

1983년 영국을 배경으로,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12살 소년 션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성장을 그린다. 학교에서 소외당하고 외로운 션은 우연히 스킨헤드 무리와 가까워지며 따뜻한 소속감을 느낀다. 이들은 초기엔 단순히 반항적이지만 해맑은 모습이었고, 션은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며 성장의 단계를 밟아간다. 하지만 과거 전과자인 '콤보'가 등장하며 분위기는 급변하고, 집단은 점점 인종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방향으로 흐른다.

션은 새로운 가족처럼 느꼈던 이 집단 속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지만, 동시에 자신의 도덕적 기준과 맞지 않는 가치관 속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영화는 션이 극단과 상식 사이에서 흔들리는 과정을 따라가며, 어린 소년의 눈으로 본 격동의 시대를 진정성 있게 묘사한다. 한 인물의 성장이 곧 영국 사회의 단면을 투영하는 구조로 전개된다.

폭력과 편견의 악순환

이 작품은 단순한 청소년 성장 드라마가 아니라, 1980년대 영국의 정치·사회적 긴장을 바탕으로 한 민감한 시대극이다. 파울크랜드 전쟁 이후의 국가적 실망감, 대처리즘으로 인한 빈부격차, 이민자 증가로 인한 인종 갈등 등 복합적인 요소가 인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킨헤드 문화는 원래 노동계급의 저항적 하위문화였지만, 점차 인종차별주의와 결합하며 왜곡된 형태로 자리 잡는다.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린 션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조명한다. 어른이 부재한 시대에서 아이들은 극단적인 사상에 휩쓸리기 쉬우며, 주변의 분위기와 감정이 곧 신념으로 착각되기도 한다. 영화는 그 위험성과 동시에, 인간이 가진 회복력과 도덕적 자각의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준다. 사회적 파편 속에서 성장하는 한 아이의 시선이 곧 당시 영국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개인의 성장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1980년대 영국의 복잡한 사회 구조가 깔려 있다. 대처 정권 시기의 실업률 상승과 계급 간 갈등, 그리고 이민자 유입에 따른 인종적 긴장은 청소년 하위문화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스킨헤드 문화는 원래 자긍심 높은 노동계급의 상징이었으나, 극우 정치세력과 결합하며 점차 증오와 분열의 수단으로 변질된다. 션은 이러한 시대적 격랑 속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이며, 그가 택하는 길은 단순한 선택이라기보다 그 시대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에 가깝다.

영화는 이러한 환경이 어떻게 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사회적 이념이 개인의 감정과 판단을 어떻게 조정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담아낸다. 결국 이 영화는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집단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묻는다.

시대를 가로지르는 묵직한 메시지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시대를 통과해 현재에도 울림을 주는 감정의 진폭이 담긴 작품이다. 감독 셰인 메도우스는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년의 시선을 빌려 당시 사회의 혼란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무엇보다 어린 주인공 션을 연기한 토머스 터그스의 내면 연기는 눈부실 정도로 진솔하다.

영화는 극단적인 폭력과 따뜻한 유대, 혼란스러운 이념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진심 어린 연출로 끌어낸다. 촬영은 자연광 위주로 현실감을 살렸고, 80년대 영국 음악이 삽입되어 시대적 분위기를 한층 더 진하게 만든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선악의 이분법을 피하고, 인물들의 선택과 변화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관객은 션의 내면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조용하지만 강렬한 성찰을 남기는 작품이다.

한 소년의 성장 서사를 넘어, 시대의 얼굴을 고스란히 담은 강렬한 감정 영화다. 감독 셰인 메도우스는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선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특히 토머스 터그스가 연기한 션은 그 나이 또래의 소년이 겪기엔 너무나 무거운 선택의 기로에 선 인물로, 관객의 마음을 붙든다. 영화는 인종 문제나 이념 대립을 단편적으로 그리지 않고, 인물 각각의 감정과 갈등에 천착해 훨씬 더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무겁고 비극적인 장면 속에서도 유머와 따뜻한 시선이 균형을 이루며, 영화의 리듬을 단단히 지탱해준다. 영상미는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이고 음악은 시대성을 절묘하게 보완한다. 이 영화는 정체성, 소속감, 그리고 선택의 대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시대를 초월한 성장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