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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퀘어 무관심의 경계, 안전지대, 만들어내는 진실

by amange100 2025. 4. 14.

더 스퀘어 관련 사진
더 스퀘어

더 스퀘어 정의와 무관심의 경계

한 남자는 정의를 말하는 예술관장이자, 동시에 일상에선 무심한 개인이다. 그는 박물관에서 윤리와 신뢰를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도, 자신에게 닥친 작고 사적인 사건에선 그 기준을 망설임 없이 뒤집는다. 작은 실수 하나가 거대한 반향을 낳고, 정체성을 믿고 따르던 이도, 그것을 잃는 순간 무너져간다. 이야기의 중심은 예술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다. 말로만 옳다고 외치는 이들의 이면을 파고들며, 작위적 도덕과 진짜 책임 사이의 틈을 들춰낸다. 겉으론 모두가 동의하는 가치지만, 실제로 그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이는 드물다. 관객은 등장인물의 행동을 보며 자신의 일상까지 비춰보게 되고, 결국 ‘나는 과연 얼마나 일관된 사람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작품은 우리가 말하는 이상과 실제 행동 사이의 모순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주인공은 평소 누구보다 윤리적인 언어로 사람들을 이끄는 위치에 있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 앞에선 이기적인 선택을 주저 없이 내린다. 이 모순된 행동은 단지 개인의 실수라기보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겉과 속의 거리’를 드러낸다. 그는 타인을 향해선 책임과 연대를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이익이 걸린 순간에는 회피와 침묵을 택한다. 그 모습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이중적인 태도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놓치는 책임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실수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이후의 태도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던진다. 진짜 정의란, 말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에서 드러나는 것임을 이 이야기는 여실히 보여준다.

예술이라는 안전지대

이야기 속 박물관은 예술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지만, 실상 그 안은 제도와 타협 속에 무뎌진 공간이다. 전시된 작품은 강렬하고 날카롭지만, 관람객은 무표정하게 지나치며, 직원들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예술이 던지는 질문은 어느새 형식이 되었고, 불편함을 유발하기보단 일상을 장식하는 도구로 변해버린다. 주인공은 그런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는 사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전시를 기획하면서도, 실제로 그가 처한 상황에선 ‘적당한 타협’을 선택한다. 예술이 과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그냥 안전한 틀 안에서만 존재하는 자기만족일 뿐인가. 이러한 질문은 영화 전반에 걸쳐 반복되며, 그 안에서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소비하고 이해하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위선은 감상자뿐만 아니라, 창작자에게도 존재한다.

박물관 속 작품들은 도발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정작 그 안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점점 그 의미로부터 멀어져간다. 그들은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단,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소재로 가공한다. 이처럼 예술은 본질보단 포장에 가까워지고,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 역시 ‘느낀다’기보다 ‘소비한다’는 감각으로 접근하게 된다. 주인공이 그 안에서 겪는 내적 혼란은 단지 개인적인 딜레마가 아니라, 오늘날 예술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이 작품은 예술의 힘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힘이 얼마나 자주 체제 속에서 무뎌지고 희석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예술은 안전한 공간이 되어선 안 되며, 때때로 불편함을 동반해야만 진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불편함이 만들어내는 진실

작품은 무례함과 위태로움이 혼재된 순간들을 통해, 진짜 감정을 끌어낸다. 특정 장면에서는 관객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긴장감을 마주하게 되고, 그것이 오히려 이 이야기를 가장 강렬하게 만든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려 하지만, 그 질서 속에 눌려버린 감정이나 불균형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러한 감정의 경계를 절묘하게 조율하며, 고요한 혼란을 만든다. 진실은 늘 단정한 형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때로는 불편함 속에, 낯선 행위 속에 숨겨져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진짜 인간의 본성과 마주하게 된다. 관객은 화면 속 인물에게 분노하고 동시에 공감하며, 자신의 감정마저 불안정해지는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 복잡한 심리야말로 이 작품이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현실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속 일부 장면들은 관객이 시선을 돌리고 싶을 만큼 불쾌하고 당혹스럽다. 하지만 바로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이 작품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질서 있고 정제된 방식으로는 결코 꺼내기 어려운 감정들을, 예상치 못한 상황과 파격적인 설정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는 늘 안정된 사회의 틀 속에서 감정을 절제하도록 훈련받았지만, 그 틀 바깥에 놓인 장면들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내 안에 이런 감정이 있었구나’를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무의식의 자극’을 통해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유도한다. 때로는 편안함이 진실을 가리고, 불편함이야말로 그것을 드러낸다는 역설이 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