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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만든 관계, 세계의 충돌, 진심의 자리

by amange100 2025. 5. 20.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피가 아니라 시간이 만든 관계

성공지향적인 건설회사 간부 료타는 모든 것을 계획대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예기치 못한 소식이 전해진다. 여섯 살 된 아들이 출산 직후 병원에서 뒤바뀌었다는 것. 충격은 컸고, 현실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피로 연결된 관계일까, 아니면 함께 쌓아온 시간과 감정일까.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극적인 상황을 차분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의 연출은 늘 그렇듯 과장을 피해가며,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좇는다. 관객은 료타의 혼란을 따라가며 스스로에게도 묻게 된다. 나는 누구를 ‘내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뿌리 깊게 파고든다.

료타는 성공한 인생을 스스로 구축해온 사람이다. 아버지로서도, 가장으로서도 빈틈없이 살아왔다고 믿는다. 그런데 병원의 실수로 자신이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믿음이 흔들린다. 아이를 사랑한 감정은 진심이었는데, 혈연이라는 사실 앞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 혼란은 단순한 놀람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사랑해온 시간이 진짜가 아니라는 듯 느껴질 때,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영화는 피보다 시간을 강조한다. 오래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이야말로 진짜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걸, 조용히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 메시지는 소리 내지 않고도 관객의 마음 깊숙이 닿는다.

두 아버지, 두 세계의 충돌

바뀐 아이를 서로 키워온 두 가정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료타는 철저히 계획적이고 단정한 환경 속에서 아들을 키워왔고, 상대 가족은 따뜻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와의 관계를 쌓아왔다. 삶의 방식은 달랐지만, 두 아버지 모두 아이를 사랑했다. 바로 그 점이 이야기를 더욱 복잡하고 현실적으로 만든다. 고레에다 감독은 흑백이 아닌 회색의 세계를 그린다. 누가 옳고 그른지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 충돌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긴장이다. 그 속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 두 인물 모두를 이해하려 하게 된다. 사랑의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아이 앞에서 진심을 내보이는 순간, 그들은 똑같이 ‘부모’였다.

두 가정은 극명하게 다르다. 료타는 모든 걸 기준과 원칙으로 움직이며 살아온 반면, 상대 아버지는 느슨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아이를 대한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료타는 감정보다 책임을 중요시했고, 상대는 규율보다 유대를 우선시했다. 이 차이는 단지 생활 방식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였다. 하지만 갈등 속에서도 서로의 진심을 마주하게 되며, 점차 서로의 방식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영화는 두 사람을 굳이 비교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세계가 어떻게 충돌하고, 또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따라간다. 그 속에서 부모라는 자리는 완벽함보다, 아이를 향한 진심으로 완성된다는 걸 보여준다.

끝내 닿아가는 진심의 자리

시간이 흐르며 료타는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을 서서히 자각한다. 아이와 함께 했던 작은 순간들—손을 잡고 걷던 길, 함께 만든 종이비행기—그 모든 것들이 피보다 깊은 유대를 만들어냈다는 걸 알게 된다. 감독은 그런 깨달음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서서 인물의 변화가 조용히 드러나도록 기다린다. 료타가 아이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던 장면, 그것은 단순한 후회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 순간 그는 부모가 되는 법을 깨닫고 있었다. 진심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함께한 시간 속에서 쌓이는 것임을 영화는 말한다. 결국 이 작품은 사랑의 자격이 아닌, 사랑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그는 ‘아버지’가 되어간다.

초반의 료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효율과 결과에 익숙한 그는, 아들과의 관계에서도 감정을 측정하려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아이의 행동 속에서 작은 진심들을 발견한다. 함께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그 기억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영화는 그의 감정 변화를 천천히 보여준다. 말이 아닌 행동과 시선으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히 담아낸다. 결국 료타는 선택을 해야 한다. 피를 따를 것인가, 마음을 따를 것인가. 그 결심은 어렵지만, 한 사람의 내면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통해 관객은 깊은 울림을 느낀다. 부모란 타이틀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시간 속에서 서서히 쌓이는 것임을 영화는 잊지 않고 끝까지 전달한다.